공지사항

[2025 김대중 평화회의_제1세션] 트럼프 2기: 세계 정책과 한반도 정책
2025-09-25 19:32
Board_2025 김대중 평화회의_제1세션 트럼프 2기, 세계 정책과 한반도 정책.pdf   [다운로드]  [미리보기]

 

2025.09.25. 10:40

 

 

- 2025 김대중 평화회의 제1세션-

트럼프 제2기: 세계정책과 한반도 정책

 

 

 

@백학순 김대중학술원장 (이하 백학순)

네, 좌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1세션에 와주신 것을 대단히 환영합니다.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백학순입니다. 현재 김대중 학술원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포럼의 상임위원장입니다.

 

오늘 두 분의 발표자를 모셨는데요. 지금 왼쪽에 계시는 분이 존 아이켄베리 교수님이십니다. 프린스턴대에서 오셨고,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계시는 국제 관계학 전문가입니다. 자유국제질서에 대한 연구를 깊게 하신 분입니다.

 

아이켄베리 교수님께서는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신 계기가 있습니다. 국제 정치 전문가들이 모여서 세계 최고의 열 명 학자를 뽑은 적이 있습니다. 지난 20년간의 연구 업적을 대상으로 심사를 했는데요, 그중에 뽑히신 분입니다. 교수님께 정말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태평양을 건너 굉장히 긴 비행을 하시고 또 목포까지 와주셨는데요, 이렇게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오른쪽에 계신 분은 중앙대학교 교수님이십니다. 지금 랭킹과 관련된 데이터는 없습니다만, 국제 정치에서는 잘 알려진 유명한 업적이 있으신 교수님입니다. 오늘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저희는 한 시간 이십 분을 배정받았습니다. 각 발표자께서는 20분 내지 25분 정도 발표를 해주시고, 청중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답변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두 분 발표자와 함께 질문도 하고 의견도 듣고요, 서로서로의 발표에 대한 의견도 교환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이 끝나면 열두 시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요, 교수님께 발표를 요청드리겠습니다.

 

@ 존 아이켄베리 미국 프리스턴대 정치학과 교수 (이하 아이켄베리 교수)

네, 소개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이렇게 훌륭한 분들과 함께 평화 구축과 관련해서 논의할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김대중 대통령님께서 원하셨던 그 평화와 관련해서 논의할 수 있게 되어 너무나 좋습니다. 제가 10년 전에 한국에 왔었는데요, VIP 환담 중에 정치인분들 옆에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님을 비롯한 여러 외교관님들 그리고 정치인분들과 논의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께서 평양에 방문하시고 그 이후 청와대에 가서 대통령께서 김정일과 나눴던 대화에 대해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한국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억과 추억은 김대중 대통령님과 관련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쭤보고 싶습니다. 평화와 안보, 동북아시아에서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큰 그림을 그려보고 싶은데요, 앞으로 저에게 어떤 난제가 있을까요. 2000년 이후에 큰 발전이 있었습니다. 2000년은 특히 의미 있는 한 해였는데요, 김대중 대통령께서 평양에 방문하시고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화해 무드가 조성되었습니다. 통일에 대한 염원도 한 발짝 더 다가가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1998년 이후 대화가 많이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냉전이 종식되고 여러 이니셔티브가 발족하면서 민주주의를 향한 발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중국이 WTO에 가입하지 않았습니까. 냉전 종식 이후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하게 되면서 화해의 무드가 조성되는구나 하는 희망적인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민주주의가 확대되었고 인권이 더 수호되었으며, 경제 성장과 글로벌화 등 여러 좋은 조짐들이 많이 발견되었습니다. 민주주의, 인권, 법치주의 이 모든 것이 발전하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공산주의가 주춤하고 세계전쟁에 대한 우려도 줄어들면서 희망적인 분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조성되었고 햇볕정책에 대한 논의가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25년 지난 지금은 어떨까요. 완전히 다른 상황입니다. 이 낙관주의는 이제 거의 사라졌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유럽에는 전쟁이 있고, 중동에는 분쟁이 있습니다. 그리고 군비 경쟁이 동아시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지금 글로벌 질서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규범이 붕괴되고 있습니다. 유엔 헌장이 실시간으로 무너지고 있습니다.

 

정말 이렇게 말씀드리기 싫지만, 미국의 지금 신 행정부를 맞이하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이 국제 규범을 흔들고 있습니다. 무역, 연대, 다자주의, 인권, 환경, 해외 지원 이 모든 것에 대해 보여주었던 미국의 리더십이 휘청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미지의 영역에 들어섰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국제정치는 과거와 달리 미지의 영역에 있습니다. 규범을 붕괴시키고 다시 재정립하려는 미국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움직임도 관찰됩니다. 미국뿐 아니라 다자주의, 국제 제도, 질서들이 뒤흔들리고 있습니다. 세계가 규범을 만들어내기 위해 수십 년간 노력해왔던 것들의 근간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함께 힘을 합쳐 세워왔던 업적들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인데요. 앞으로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시스템과 규범을 다시 재정립해야 할까요, 아니면 손을 놓고 있어야 할까요.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개방과 법치주의, 제국주의와 극단이 대립하는 현 상황을 보며 마음이 복잡합니다. 1930년대에도 시스템의 붕괴를 경험했었고, 그때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세계 질서에 대해 근본적 질문이 던져지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다시 되살아날 수 있을까요. 현재 위협받고 있는데 되살아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다시 화합할 수 있을까요. 한국은 다시 평화 협상을 재개할 수 있을까요. 여러 질문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자유주의 국제질서란 과연 무엇일까요. 개방된, 규칙 기반의 점진적 지향 국제질서를 정립할 수 있을까요. 지난번 옥스퍼드 회의에서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이제 죽은 것인가"라는 도전적인 질문을 받았습니다. 학자로서 그렇다고도 할 수 있고 아니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은 예전 모습이 전혀 없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가능성도 있습니다. 국제질서를 다시 세우는 것, 즉 개방성·규칙·법치를 중심으로 다시 세울 수 있는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미지의 영역에서 잘 헤쳐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네 가지 신념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 번째 신념은 무역을 개방하면 모든 당사자에게 이익이 된다는 믿음입니다. 관세 전쟁으로 개방무역이 주춤하고 있지만, 무역 환경이 개방된다면 모든 당사자에게 이익이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는 국제기구의 협력 기능입니다.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기구의 협력이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민주주의의 협력 능력에 대한 신념입니다. 네 번째는 상호의존성의 중요성입니다. 상호의존성이 커지면 합의의 비용보다 조정을 통해 얻는 이익이 더 클 것입니다. 이 네 가지 질서 논리가 살아 있다면 협력도 가능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럼 지금 무너지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미국입니다. 미국은 지난 80년간 국제질서를 정립하고 문제 해결에 기여해왔습니다. 동맹과 협력을 통해 역할을 해왔고, WTO와 유엔에도 지원을 해왔습니다. 공공의 대의를 위해 기여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WTO 지원 철회, 기후변화 공약 철회, 동맹국 압박 등이 그 예입니다.

 

다만 미국 문제만이 아닙니다. 중국의 부상, 러시아의 대안 세력 등장, 군비 경쟁 가속화 등 지정학 위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 기술혁명, 팬데믹, AI 등 새로운 문제들이 기존 거버넌스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는 양극화와 포퓰리즘으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법치가 흔들리고 정치가 양극화되며 기후변화 등 외부 요인으로 장기적 격변을 맞고 있습니다.

 

특히 안보 환경이 더 어렵게 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반핵운동 같은 대중운동이 있었다면 지금은 약화되었습니다. 중국의 핵 전략, 북한이 핵을 국가 정체성으로 간주하는 태도, 미국-러시아 군비통제의 약화, AI 혁명으로 인한 신기술 위협 등은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습니다. 미래 전장에서는 드론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전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동북아 평화를 위해 말씀드리자면, 미국·러시아·중국·한국·일본의 5자 관계는 한때 북한 압박과 핵 통제를 가능케 했지만 지금은 쉽지 않습니다. 강대국들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국 역시 무역 갈등, 핵우산 문제 등 불안 요소가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성이 협상을 더 어렵게 합니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은 협력 관계를 지역 안보 보장 차원에서 구축해야 합니다.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실질적 협력 체계 구축이 비핵화와 평화의 첫발이 될 것입니다. 위험은 현실적으로 크지만 기회도 있습니다. 과거에도 어려움 속에서 협력과 협상으로 성과를 냈습니다. 쿠바 미사일 사태, 식량안보, 천연두 퇴치 같은 사례가 있습니다.

 

작은 발걸음부터 시작해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 북한 핵 문제도 작은 실무적 협력이 모이면 해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신중한 외교도 가능합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준비한 발표 내용입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백학순: 네, 감사합니다. 교수님, 우선 사전 말씀부터 드리고 싶은데요. 제가 존 아이켄베리 교수님의 주제를 소개드리지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세계 혼란, 트럼프 2기, 한반도의 평화 미래"가 이번 세션의 주제입니다. "새로운 공존을 위한 새로운 비전"이라는 대주제하에서 이번 세션의 주제를 소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다음은 이혜정 교수님의 말씀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 이혜정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이하 이혜정)

감사합니다. 김대중 평화포럼에 이렇게 참석할 수 있어서 대단히 기쁩니다. 제가 생각해왔던 것들을 아이켄베리 교수님을 모시고 이렇게 발표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백학순 위원장님 그리고 주최 측에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파워포인트를 준비하진 않았습니다. 아주 간단하게 영어로 된 논문을 준비했고, 이것을 기본으로 해서 발표하겠습니다. 311페이지 책자를 보시면 되겠습니다. 제가 드릴 말씀은 세 가지 정도로 구성됩니다.

 

첫 번째로는 트럼프는 현상이다.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는 것입니다. 트럼프는 트럼피즘으로 대변되고 있고, 미국 전통에 있던 우파적 성향, 그리고 깊이 뿌리 박혀 있던 신자유주의의 패착과 관련된 현상으로 파악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트럼프 2.0입니다. 아이켄베리 교수님께서도 말씀 주셨는데, 트럼프 2.0은 수정주의적 권력이라고 지적해주셨습니다.

 

세 번째로 드릴 말씀은 트럼프 2.0이 한국, 그리고 한미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부분입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미국과 동맹 관계를 맺어왔고 동맹을 우선시했습니다. 하지만 이 동맹이 더 이상 예전처럼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 제 결론입니다.

 

먼저 첫 번째 포인트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2016년 9월 논문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주의가 부상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백인 우선주의', '트럼프 우선주의'와 같은 '퍼스트 세계'가 겹쳐져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이것은 미국 정체성과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아이켄베리 교수님께서도 늘 말씀하셨듯, 자유주의적 예외주의를 지닌 미국은 전통적인 국가가 아닌 보편국, 민주주의와 자유에 근거한 보편국이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에 따르면 그러한 예외주의적 미국과는 달랐습니다. 백인 우선, 기독교 우선에 근거한 국가가 트럼프주의의 핵심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국내외적으로 어떻게 '순수한 미국'을 만들 것인가. 우파적 성향과 MAGA를 통해서 실현하려 했던 것입니다. 저는 2016년 9월 23일 발표한 페이퍼에서 트럼프가 설령 선거에서 진다 해도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습니다. 또 당시 미국 외교 정책에 대한 전망도 했습니다. 미국의 리터식(Diplomatic Rhetoric)과 다자주의는 거의 끝났다고 보았습니다.

 

대선 과정을 보면서, 샌더스뿐 아니라 힐러리 클린턴도 TPP를 중요하게 보지 않았습니다. 경쟁적 국수주의, 다자주의를 무시하는 분위기가 보였고, 미국 모델로서 민주주의의 위상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따라서 트럼프의 등장은 단순한 일시적 사건이 아니며 장기적으로 한미 관계에 영향을 준다고 경고했습니다. 2016년 말에는 칼럼을 통해 "한미 간 포괄적 전략 동맹이 종말을 맞을 수도 있다"라고 경고했었습니다.

 

트럼프는 동맹을 자산이 아니라 부채로 보았습니다. 동맹국들이 프리라이드만 하고 있다는 인식이 있었죠. 그래서 트럼프의 부상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한미 관계 변화를 시사한 것이었습니다.

 

이제 트럼프 2기를 맞아 말씀드리자면, 트럼프 1기 때 제기된 것은 규범과 이슈였지만, 트럼프 2기에서는 민주주의 근간이 되는 법과 규칙 자체를 해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미국은 좋은 행위자를 자처하는 국가가 아닙니다. 비자유주의적이고, 수정주의적이며, 불량배 같은 초강대국, 또는 약탈적 국가로 변질해 국제 규범을 깨고 세계를 불안정하게 하며 글로벌 경제를 위축시키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트럼프와 한국 관계를 말씀드리겠습니다. 2016년과 2024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했습니다. 그 사이 한국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2016), 윤석열 탄핵(2024~25)이라는 큰 정치적 격변을 겪었습니다.

 

미국은 민주주의의 횃불이었으나 지금은 우파 음모론의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도 양극단으로 분열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한국 사회가 윤석열의 쿠데타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회복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미 동맹은 군사·경제, 제도·이념의 3중 구조였습니다. 제도적으로는 씽크탱크, 학계, 관료 네트워크, 이념적으로는 "우리는 서구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한국의 정체성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도움 속에서 한국은 선진국으로 우뚝 섰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념적 기반이 무너졌고, 제도적 기반도 유지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군사적 동맹의 비용은 한국에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핵우산의 신뢰성과 억지력은 줄어들었고, 오히려 분쟁에 휘말릴 위험성만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전략적 유연성을 요구하며, 대만에 사태가 발생할 경우 한국 개입 가능성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재명 행정부는 균형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동맹 우선 정책을 지향하지만, 동시에 다각화, 자율성 확보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를 모두 달성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첫 한미 정상회담은 '우세하다'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근본적 어려움은 여전합니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분기점에 서 있습니다. 새로운 전략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처럼 동맹을 신성시하는 접근 방식으로는 한국의 안보도 번영도 국제적 지위도 지킬 수 없습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백학순: 교수님 감사합니다. 두 분 발표자께서 글로벌 차원에서, 그리고 한반도 차원에서, 또 한미 관계 차원에서 여러 가지 의견들을 발표해 주셨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요, 처음에는 시간이 충분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서로의 발표에 대해 의견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이후에 질문을 좀 받도록 하겠습니다. 의견도 좋고, 간단하게 질문을 해주셔도 되겠습니다.

 

@존 아이켄베리: 네, 저희가 공감하는 부분이 너무나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미 행정부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그러한데요, 저 역시도 세계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신뢰할 만한 주춧돌이 되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지금 굉장히 복잡한 관계가 얽혀 있습니다. 미국-유럽, 미국-아시아 등 여러 삼자 관계가 얽혀 있는데, 여기에서 예전만큼 리더십 역할을 못 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빌딩의 주춧돌이 거의 흔들리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단순히 건물 외벽에 금이 간 수준이 아니라, 건물을 지탱하는 근간이 지금 흔들리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동맹만 보더라도 미국과 한국의 동맹은 오랜 세월에 걸쳐 강해졌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세대를 거듭하며 계속 강화되어 왔던 동맹 관계였고, 일본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자 관계를 바라볼 때 일본과 한국의 전략적 담론도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미국 의존도를 줄여 나가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전략적 리스크가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게 유지되면 장기적으로 리스크가 가중됩니다. 따라서 관계에 있어서도 분산과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일본과 대화를 재개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일 것 같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불확실성이 가득한 정세 속에서 새로운 대화의 장을 열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더욱 자율성을 가지고, 특히 군사력에 있어 자율성 강화를 추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다만 한국 전략에서 반드시 포함해야 할 것은 미국과의 대화의 끈을 결코 놓아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많은 미국 국민들이 만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과거 보여줬던 리더십이 세계 질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기억하는 미국인들이 많습니다. 예전의 관계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미국인들의 비중도 상당하기 때문에, 미국과의 대화의 끈을 절대 놓아서는 안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민주주의를 수호하자는 성스러운 합의, 이 신성한 협약은 아직까지도 견고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미국 행정부가 영원히 지속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행정부가 들어서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전략적으로 이 상황을 잘 헤쳐 나가야 합니다. 첫 번째로는 미국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다른 국가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다각화해나가는 방법을 제안드리고 싶습니다.

 

@백학순: 네, 교수님께서도 말씀해주셨고, 이혜정 교수님께서도 의견 있으시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혜정: 아이켄베리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것 중에 ‘한국은 여전히 미국과의 관계를 가져야 한다’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거기에 더해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한국은 리스크를 해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미국과 관련해서 그렇습니다.

 

리스크를 낮춘다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에서 나왔던 얘기이고, 대중국 관련해서도 나왔던 얘기입니다. 어떻게 미국에게 유리하게 경제적 상호관계를 유지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나온 개념인데요, 한국도 디리스킹 전략이 필요합니다. 지금 가장 큰 위협은 미국으로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관세입니다. 25퍼센트 관세와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요구하고 있죠. 사실 굉장히 무리한 요구입니다.

 

이 협정에 대해서 학술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지금은 자유주의적 현대성에 대한 위협이 문제가 아닙니다. 자유주의적 현대성이라는 것은 굉장히 자아중심적인 개념입니다. 19세기의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기후 위기도 있고, AI도 있고, 여러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인간 중심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여러 단계를 나눠 계층화하는 방식으로는 많은 것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이 위기는 서구 중심의 자유주의적 현대성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인간 차원의, 인문학적 혁명과 문명이 반드시 필요한 시기입니다.

 

@백학순: 제가 15분 정도의 Q&A 시간을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지금 시간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두 개 정도의 질문만 청중으로부터 받도록 하겠습니다. 시간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간단하게 질문을 하시거나 의견을 주시면 됩니다. 질문이 있으십니까? 네, 노명화 교수님께서 질문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노명환: 저는 한국어로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사학과의 노명환 명예교수입니다. 오늘 발표 말씀 잘 들었고요. 그러한 가운데 지금 현재 문제를 국제관계라는 시각에서 보아야 한다고 발표자 선생님들께서 말씀해주셨습니다만, 보다 큰 세계사적 틀에서 현재 문제를 보면서 우리가 해결의 길을 찾아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에서 주권국가들로 이루어진 세계 시스템이 형성되었습니다. 그 시스템은 하드파워, 영토, 인구, 자본 등이 중요한 강대국들에 의해 운영되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압도적으로 미국이 헤게모니를 잡아온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런데 현재는 디지털 시대, 그리고 더군다나 AI 시대의 변화로 기존의 강대국-약소국 시스템, 즉 베스트팔렌 조약에 기초한 시스템이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미국의 트럼프 정책도 하나의 현상으로 볼 수 있다면, 근본적으로 지금의 기후위기, AI 문제로 인한 실업 문제 등은 국가 간 정책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입니다. 강대국 역시 어찌할 수 없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이 때문에 약소국이었던 나라들도 AI 시대에는 중요한 힘을 가질 수 있으며, 세계질서를 새롭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트럼프는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데 일종의 기여를 하는 인물일 수도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만 보더라도 저렇게 막나가는 식으로 가다 보니 국민들이 ‘이건 안 되겠다’ 하는 깨달음을 가지게 되었고, 오히려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한국이 미국 의존을 줄여야 한다는 선생님들의 말씀도 이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도 IT 시대에 한국의 위상과, 한국이 세계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셨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의 역할은 무엇이고, 트럼프 시대가 오히려 우리가 세계질서를 바꿔야 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는데, 이에 대해 두 분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백학순: 네, 질문 너무 감사합니다. 질문이라기보다 좋은 의견을 주셨던 것 같습니다. 지금 시간이 5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질문을 하나만 더 받을까요? 그리고 한꺼번에 답변을 드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질문을 마음속에 많이 가지고 계시겠지만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질의응답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서 질의응답 시간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저희는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두 교수님께서도 잘 지적해주셨듯 지금은 포퓰리즘 같은 폭력적인 흐름이 관철되고 있고, 또 제노사이드, 대학살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두 분 연사께서도 동의해주셨듯 자유경제주의 질서가 흔들리고 있으며 붕괴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권위를 가진 세계질서가 정립되어야 하며, 아이켄베리 교수님께서도 발표 중 말씀해주셨듯 자유경제주의를 되살려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이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체계가 없기 때문에 말씀하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대한민국 정부가 미국과의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이혜정 교수님 역시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현 정세를 말씀해주셨습니다. 두 분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제가 두 가지 질문을 준비했지만 시간이 없어 드리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가 두 교수님께 큰 박수를 보내면 어떨까 합니다. 청중 여러분, 발표자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시간을 잘 지켜주셨고, 이로써 김대중 평화포럼 제1세션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